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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로운 경제생활'은 CBS가 국내 최초로 '기후'와 '경제'를 접목한 경제 유튜브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의 대표 기후경제학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와 함께합니다. CBS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경제연구실'에 매주 월/화/수 오후 9시 업로드됩니다. 아래 녹취는 일부 내용으로, 전체 내용은 '경제연구실' 채널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이순형 동신대 전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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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종호>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 재생에너지에도 적용됩니다. 발전 용량을 아무리 높여도 전력망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인데요. 전라남도의 풍부한 재 남자은 생에너지를 활용할 이재명 정부의 구상이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전력망 사업, RE100 산업단지 조성, 에너지 고속도로가 그러한 계획들인데요. 계획을 현실성 있게 실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전력 계통 분야 전문가이신 이순형 동신대 전기공학과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순형> 네 안녕하세요. 반 정부대출기관 갑습니다.
◆ 홍종호> 나주에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대면으로 의견을 밝히신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 당선 후 광주 타운홀 미팅 때 첫 번째 질문을 하셨다고요. 그만큼 전라남도에서는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에너지 고속도로와 전력망이 중요하다는 얘기일 텐데요. 어떤 질 현대차 임금협상 문을 직접 하셨습니까?
◇ 이순형> 첫 번째 질문할 기회를 받아서 영광으로 생각했고요. 평상시에 전라남도 에너지 계획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대통령께서 딱 찍어서 질문하셨습니다. 서남해안 쪽에 재생에너지가 아주 풍부한데 광주와 전남이 이를 가지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내용을 제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준비하고 있던 내용을 세 국민은행 대출이자계산기 가지 설명해 드렸거든요.
◇ 이순형> 첫 번째는 RE100 산단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순수한 재생에너지로 100%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데이터센터 집적화 단지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왜냐하면 호남 지방 전체 전력 사용량이 아주 적습니다. 경상도의 3분의 1 정도 되고요. 충청도의 2분의 1 정도밖에 안 됩니다. 산업이 그만큼 없다는 얘기죠. 주로 농업이나 교육 중심으로 돼 있었다고 봐야 하겠죠.
서남해안 지역에 많이 만들어진 재생에너지가 수도권에 가는 것은 지금 무리니 지산지소용으로 지역에서 쓸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 RE100 산단과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데이터센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드렸고요. 마지막으로 데이터센터를 마련하고 정주 여건을 정비하고 교육 도시로서의 면모를 살려 인구 5만 도시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와 RE100 산단으로 충분히 좋은 도시가 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 홍종호> 말씀하신 RE100 산단이라는 게 PPA(전력 구매 계약) 방식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직접 공급하고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필요로 하는 관련 기업들이 입주하는 거를 말씀하시는 거죠?
◇ 이순형> 그렇습니다. 물론 기업이 꼭 재생에너지를 만드는 지역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이라든지 수도권에 있으면서 REC(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를 구매하는 등의 거래 방식도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되면 송전선로를 비롯한 사회기반시설을 짓는 데 기간도 오래 걸리고 손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재생에너지가 많이 있는 곳 근처에 RE100 산단을 만들어서 관련 기업들이 그곳에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설명해 드린 겁니다.
◆ 홍종호> RE100 산단을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로 이해하고 있는데요.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전기를 잘 공급해 주고 수요자에게 직접 줄 수 있는 망이 만들어져야 하겠네요. 그리고 전기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공장이 같은 지역에 들어서서 삼위일체가 되는 산업단지를 구상하시는 거죠? 대통령께서 어떤 반응이었습니까?
◇ 이순형> 그때 옆에 계신 전라남도 지사님께서 바로 마이크를 받아서 산업단지를 만들어 달라는 얘기를 계속하셨습니다. 그래서 재생에너지나 RE100 산단, 데이터센터 얘기로 연결되지 못하고 산업단지 이야기만 하다가 아쉽게 끝나버렸습니다.
◆ 홍종호> RE100이란 명시적인 규제라기보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필요한 일을 하도록 하는 시장의 힘이죠. 강력한 압박을 가하는 새로운 시장 환경에 적응하고자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기를 더 싸고 효과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신개념 산단이죠. 전남 지역이 기본적으로 재생에너지 공급이 원활하니까 그런 구상을 하신 거고요. 대통령께서는 거기에 대해서 어떤 반응이었나요?
◇ 이순형> 반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느낌이 좋았거든요. 얘기가 좀 더 진전되지 못한 게 아쉬웠습니다.
◆ 홍종호> 대통령께서 이 방송을 꼭 들으시면 좋겠습니다. 대통령께서 수석 비서관 회의나 국무회의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이야기를 했다는 언론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이순형> 지금까지는 굉장히 적극적이시고 실천해 가시는 모습이 보이거든요. 그런데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RE100 산단이나 차세대 전력망이나 에너지 고속도로, 데이터센터 얘기를 계속하고 계시는데 그런 걸 하려면 망이 구성돼야 하거든요. 현실적으로 그게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 홍종호> 지금까지 망을 건설할 때 국토의 여러 여건으로 인해 갈등이 많았잖아요.
◇ 이순형> 그렇습니다. 먼 과거의 정부부터 이걸 준비해야 했었는데 하지 않은 것이 아쉽습니다. 그동안 재생에너지를 이용해야 한다는 얘기는 많이 했고 관련 운동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재생에너지가 많이 설치됐을 때 그걸 소화해 낼 수 있는 망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이 이야기했음에도 그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 망이 부족한 상태까지 오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홍종호> 전라도 지역의 망 부족에 따른 병목 현상이잖아요. 이런 일들이 현재 벌어지고 있나요?
◇ 이순형> 심각하죠. 지금 전라남도에서 만들어지는 재생에너지가 6.6GW(기가와트) 정도 되고 호남권에서는 11GW 정도 됩니다. 호남권 전체, 즉 전라북도,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제주까지 다 합쳐서 공장이나 아파트 등에서 쓰는 수요량이 6GW 정도밖에 안 됩니다. 11GW를 만들고 있는데 6GW를 쓰니까 남는 전기가 넘쳐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전기가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선로, 즉 에너지 고속도로는 수용량이 현재 4.5GW밖에 안 되거든요. 두 개를 더해보면 거의 11GW 아닙니까? 다만 날씨가 좋거나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출력이 올라가면 그때 출력 제한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 홍종호> 기껏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해서 전기를 만들어 놔도 이게 유용하게 사용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군요.
◇ 이순형> 현재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그게 예측됐지만 심각하게 다가와서 피부로 느끼게 된 건 작년입니다.
◆ 홍종호> 교수님도 오늘 말씀해 주시지만, 이런 이야기를 여러 군데서 듣고 있거든요.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10%대에 머무르는,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의 나라 아닙니까? 그런데도 벌써 망 부족, 병목 현상이 벌어지며 아까운 전기가 사장되고 있는데 재생에너지 비중이 90%인 덴마크를 포함해 50% 혹은 60% 정도 되는 유럽 국가들은 이걸 다 예견하고 망 설비를 설치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온 건가요?
◇ 이순형> 그렇습니다. 거기는 망을 설비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국가 간에 전력 계통이 연계돼 있어 굉장히 폭이 넓죠. 쉽게 말씀드리면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중국하고 연계돼 있다면 그쪽을 에너지 저장 장치로 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한테서 재생에너지가 나오면 그쪽에 보내고 또 그쪽에서 가지고 오기도 하는 거죠.
국가 간의 전력 계통 연계지만 좁은 의미에서 보면 에너지 저장 장치라 할 수 있죠. 전력 계통의 유연성이 굉장히 좋아지는 겁니다.?우리는 에너지 섬이지 않습니까? 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은 우리가 재생에너지에 있어 너무 늦었기 때문에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계속 얘기했지만, 한국전력공사나 정부 등 다른 분들이 생각할 때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오게 될 거라 미처 생각지 못했던 거죠.
◆ 홍종호> 이렇게 느린데도 이게 빠르다고 생각한단 말이죠.
◇ 이순형> 저도 10여 년 전부터 계속 얘기를 했는데 그 목소리가 닿지 않았습니다. 누구 잘못이라기보다는 체감을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시뮬레이션하면 바로 나왔거든요.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고 생각합니다.
◆ 홍종호> 아까 RE100 산단 말씀하시면서 지산지소란 개념을 말씀하셨는데 이것이 RE100 산단과 상당히 연결된 것 같아요.
◇ 이순형> 그렇습니다.
◆ 홍종호> 지산지소의 한자가 어떻게 되죠?
◇ 이순형> 지역에서 만든 전기는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개념입니다. 그 용어를 갑자기 쓰게 됐는데요. 지역에서 만든 전기, 특히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는 그 지역에서 사용하는 게 가장 좋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방금 말씀드린 바와 같이 RE100 산단 등 전기를 소비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하니까 만든 전기를 수도권 등 필요한 장소로 보내줘야 합니다. 지산지소도 좋지만, 계통 전력망조차 부족하니까 지역에서 쓰고 남은 전기를 보낼 수도 없는 실정이 무척 아쉬운 거죠.
◆ 홍종호> 지금 전라남도를 중심으로 말씀하고 계시지만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확대된다는 의미는 결국 재생에너지라는 전력원이 갖는 분산 에너지로서의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원전이나 석탄처럼 집중형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는 분산형이잖아요. 결국 분산형이라는 건 결국 지역 중심으로 전기가 생산된다는 건데 그 지역에서 전기를 소비하게 만들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훨씬 적은 비용을 들여서 필요한 전기를 필요한 곳에 보낼 수 있다는 말씀인 거죠?
◇ 이순형> 그래서 지산지소를 강조하는 겁니다. 여기서 고민하고 가야 할 부분이 하나 있는데요. 우리가 지금까지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을 다 분산 에너지라고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분산 에너지가 맞긴 합니다. 그런데 전라남도 신안이 해상 풍력을 8.2GW 정도 만든다고 하거든요. 3.2GW 집적화 단지를 만든다고 하고요. 전력 계통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그게 분산인가 싶습니다.
◆ 홍종호> 더 이상 분산이 아니군요.
◇ 이순형> 그건 중앙집중형이거든요. 원자력 발전소 8.2GW면 원자로 4개 이상은 될 텐데 그걸 분산형이라고 할 수 있냐는 겁니다. 재생에너지 자체는 분산 에너지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지만 그건 중앙집중식이거든요.
◆ 홍종호> 재생에너지 단지가 계획 입지를 통해서 만들어지고 거기서 전기가 나오기 때문이군요.
◇ 이순형>네. 그래서 지산지소를 하기에는 매우 많은 전기가 한 지역에서 만들어지니까 남는 전기를 전국에서 사용하도록 폐쇄형이 아니라 개방형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홍종호> 교수님 말씀 들으니 이 질문은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기간 중에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표현을 많이 쓰셨고 새 정부에서도 그 표현을 쓰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말을 일반인이 들으면 호남 고속도로나 경부고속도로 같은 것을 생각할 것 같아요. 지역에서 서울과 수도권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이미지상으로 떠오르는데 교수님 말씀하신 RE100 산단이라든지 지산지소 얘기를 들으면 모든 전력망이 다 수도권과 서울로 향하는 것을 의도하시는 것 같지는 않아요.
◇ 이순형> 그렇죠. 맨 처음에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가 됐는데 사실 그렇게 되면 안 되는 거죠. 대동맥이 있고 조그마한 핏줄이 있듯이 대동맥은 에너지 고속도로가 되고 차세대 전력망이나 더 좁게 얘기하면은 지역에서 만든 것들을 직접 연결해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전체 계통을 묶어서 우리는 에너지 고속도로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아요.
◆ 홍종호> 저는 그래도 새 정부가 그걸 이해하고 있다고 느낀 게 대통령께서 한 번은 수석비서관 회의인가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고속도로는 촘촘한 전력망이고 전국에 까는 거라는 표현을 썼어요.
◇ 이순형> 그게 더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 홍종호> 그것이 에너지 고속도로의 본래 취지에 맞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의 전환에 맞는 전력망 구축 전략이라고 이해하고 계시는 거죠.
◇ 이순형> 네. 그래서 저는 지산지소형 에너지 순환 도로라는 용어를 중간에 붙여줬으면 좋겠어요. 고속도로가 있고 도시 간 순환도로가 있고 자동차 전용도로가 있지 않습니까? 그처럼 지산지소용 에너지 순환도로라는 표현을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말에다 붙여주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홍종호> 좋은 표현이네요. 고속도로란 말이 주는 취지는 빠르게 정확하게 보낸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 이순형> 제가 3년 전 처음으로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개념을 제안할 때는, 전력망뿐 아니라 통신망이라든지 수소 밸류체인, 즉 수소망까지도 포괄하는 것을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명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고요. 90년대 후반에 김대중 대통령께서 통신망을 구축해서 우리가 현재 ICT라든지 통신의 강국이 돼 있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종합적인 에너지 고속도로가 구축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방향은 아주 잘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홍종호> 우리나라가 워낙 수도권에 많은 인구가 모여 살고 경기도나 인천 등에 많은 기업들이 입주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전기는 호남권과 영남권 등 남쪽에서 만들어집니다. 울산에는 부유식 해상풍력도 있고요. 그러면 정부에서 그 전기를 수도권에 다 끌어오는 전력망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분명 하고 있을 것 같거든요. 이런 그림을 어떻게 보십니까?
◇ 이순형> 그 부분에 대해 서로 오해를 풀어야 하는데요. 우선 수도권이 우리나라 전기의 50% 정도를 쓰고 있지 않습니까? 전체 전기가 100GW 정도 라면 40GW 정도를 수도권에서 쓰고 있습니다. 용인의 반도체 공장의 경우 9GW에서 10GW 정도의 전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지 않습니까?
◆ 홍종호> 용인 반도체가 어마어마한 전기를 소비할 것으로 예상되죠.
◇ 이순형> 호남에서 쓰고 있는 6GW보다도 훨씬 많은 전기를 쓰게 되는 거죠.
◆ 홍종호> 그런 전기를 용인의 반도체 클러스터 하나에서 다 쓰게 되는 거죠.
◇ 이순형> 더군다나 거기에는 재생에너지를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 홍종호> 그렇습니다. 반도체가 RE100 핵심이잖아요.
◇ 이순형> 그렇다면 남부지방에서 오는 전기를 다 써야 하니까 에너지 고속도로, 즉 큰 송전망을 구축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정부가 송전망 구축에 대해 2038년까지 11차 전기 계획이 있습니다. 11차 송배전 변전 계획은 2038년까지 72조 8천억을 들여서 해저 케이블로 약 8GW 정도의 전기를 보내는 것입니다.
◆ 홍종호> 그 해저 케이블은 서해안입니까?
◇ 이순형> 그렇습니다. 서해안에 2GW짜리 HVDC 4라인을 깔아서 8GW를 전송하도록 하는 거고요. 육상에서는 경상도라든지 전라남도에서 강원도 등으로 쭉 올라가는 20GW 정도의 망을 깔 계획이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계획은 그렇게 나왔어도 주민 수용성 등을 고려하면 2038년까지 실현될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 홍종호> 국가의 산업 입지 전략으로 봤을 때 굉장히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군요.
◇ 이순형> 거의 72조, 73조 들어가니까요. 돈도 돈이지만 28GW의 전기가 수도권으로 오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송전선로와 철탑, 해저 케이블이 병행되어야 하거든요.
◆ 홍종호> 육지에서는 주민들과의 갈등이 크겠네요. 과거에 우리가 밀양 등에서 그걸 보지 않았습니까?
◇ 이순형> 맞습니다. 전력망 특별법이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주민 수용성은 법이 있다고 해도 쉽지 않은 문제거든요.
◆ 홍종호> 그것을 극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아까 말씀하신 지산지소, RE100 산단과 같은 것이군요.
◇ 이순형> 그렇습니다.
◆ 홍종호> 말씀을 들어보니 단순히 에너지와 산업 입지의 문제를 넘어선 지역 균형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의 지나친 수도권 중심의 발전 전략, 인구 소멸과 관련된 것 같아요. 대한민국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는 크게 지역 소멸 위기와 인구 소멸 위기, 두 가지인데요. 지산지소가 그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할 수 있겠다 싶네요.
◇ 이순형> 국민께서도 전부 그렇게 이해를 해 주셔야 할 것 같고요. 재생에너지가 앞으로 더 중요해지지 않습니까? 이걸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아야 합니다. 지역에서 아무리 RE100 산단을 만들더라도 전기는 넘쳐날 수밖에 없거든요. 남는 전기를 필요한 곳에 보내줘야 하므로 지금 있는 것 외에 국가가 계획하고 있는 전력 계통을 설치해야 합니다.
◆ 홍종호> 아무래도 수도권 지역의 산업입지를 볼 수밖에 없는데요. 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현재 정부 계획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거기에 빨리 전력 공급을 해야 해서 가스 발전을 하겠다는 얘기도 나오잖아요. 제가 보기에 그것은 RE100이나 탄소 중립 정책과 충돌하는데요. 그렇다고 그걸 안 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해 경기도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를 수도권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로 충분히 공급할 수 있습니까?
◇ 이순형> 턱없이 부족합니다. 10%도 못 하죠. 물론 인천 앞바다에 해상 풍력도 계획하고 있지만 그 풍력 발전기나 재생에너지로 반도체 공장에 전기를 100% 공급하지는 못합니다. 우리나라는 태양광 발전을 하루에 3.6시간에서 4시간 정도밖에 못 하고 있고 풍력도 25%에서 30% 정도밖에 이용률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력 품질이 굉장히 간헐성이지 않습니까? 이걸 전부 ESS라든지 저장 장치에 담아서 품질을 좋게 한 다음 반도체 공장에 넣어줘야 하므로 더 어렵습니다.
◆ 홍종호> 안정적인 전력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 이순형> 맞습니다. 그래서 매우 많은 돈과 기술이 들어갑니다. LNG 발전소를 그 근처에 설치해서 전기를 우선 공급하고 점차 해결한다고 하는데요. 저는 차라리 그 지역으로 반도체 공장을 분산 배치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넓은 국가도 아니고 길어봐야 2시간 이내면 다 도착하는데 그걸 멀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고정관념이 아닌가 싶은 것입니다. 저는 반도체 공장 등을 지방으로 보내서 기업도 좋고 지역도 살리고 재생에너지나 사회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줄이는 것이 바른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 홍종호> 앞으로는 모든 에너지 수요가 다 전력화로 가지 않습니까? 이건 우리가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길인데요. 그렇게 봤을 때는 산업 입지나 국가 발전 전략에 있어서 수도권에 모든 기업체나 공장이 자리 잡기보다는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지역에 자리 잡는 것이 사회적 비용도 줄이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첩경이 될 수 있다고 보시는 거네요.
◇ 이순형> 네. 이렇게 할 수는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거래에는 온사이트 거래와 오프사이트 거래가 있습니다. 온사이트는 내 지역 안에서 재생에너지를 만들어서 바로 사용하는 거고 오프사이트는 재생에너지가 어디서 만들어지든 RE100을 구매해서 지구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겁니다. 이런 거래 방식을 위해서는 수도권까지 송전망이 이어져야 하고 망 이용료도 내야 하거든요. 그러면 아까 말씀드렸듯이 송전망을 깔기 위해 72조라는 돈을 들여야 하고 주민 수용성의 문제도 있거든요. 이를 고려하면 오프사이트 거래가 있을망정 그 지역으로 기업체나 공장을 옮겨주는 것이 국가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고 봅니다.
◆ 홍종호> 맞아요. 그러면 망 건설 투자비와 유지 관리비는 누가 내야 하는 겁니까? 기업들이 내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당장 원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요. 저는 정부나 기업이 앞으로 국가의 전체적인 발전 전략과 관련해서 산업 입지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부에서 두 달째 이를 해내기 위한 기후에너지부를 만들겠다 하고 있는데요. 교수님은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 이순형> 기후에너지부는 적극 찬성합니다. 전력 계통 전문가 입장에서 그냥 에너지부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있는데 그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고요. 국가는 기후 에너지와 환경을 한 번에 보는 시각이 필요하므로 기후에너지부라 하는 것 같아요. 기후에너지부가 이재명 정부 출범 5년 동안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재생에너지 확산, 두 번째는 망 건설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후에너지부가 해야 할 역할이 많지만 우선은 그 두 가지가 발등에 불 떨어진 문제라 거기에 역량을 다 모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 홍종호> 예. 이순형 동신대학교 교수님의 혜안이 정부 정책에 많이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말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순형>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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